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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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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코스모스,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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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코스모스였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가파른 산을 오르던 중 문득 만난 코스모스는 또렷하게 제대로 핀 모습이었다. 흔하디 흔한 그 꽃이 지나가던 한 사람의 생을 불현듯 관통했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찰나에 일어났다 스러진 수만 가지 생의 기억은 그러나 사소해, 길을 가던 이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뭇가지에 생뚱맞게 걸려 있는 빨간색 수건을 지나치자마자 껍질 벗겨진 소나무에서 배어나온 송진 냄새가 아프게 코를 찔렀다. 가빠지는 숨소리와 더불어 왜 산에 왔을까, 라는 의문이 들 무렵 선물처럼 나타난 나무그늘아래에서는 기념사진을 찍기보다 짧은 고요를 즐기는 편이 나았다.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던 산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더 이상 힘겹게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달콤함은 산이 말해주는 최고의 역설이었다. 비밀로 잠글 만큼 무거운 것 말고 산들바람과 함께 흩어져도 좋을 정도의 가벼운 소원을 사족처럼 허공에 매달았다. 산 초입에서부터 감탄사를 연발하던 시끄러운 가족이 정작 산꼭대기 절경 앞에서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헐렁한 감탄으로 더 이상 시끄럽지 않은 틈을 타, 산에 사는 고양이가 한번 울었다. 마지막 남은 커피 한 잔은 정상 바로 아래, 누구에게도 쉽사리 눈에 띄지 않을 구석진 곳에서 마셨다. 그리고 그곳에 동행이 있었다,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익숙한.
가을 산행 중 뜻밖에 만난 코스모스를 보고 쓰게 된 글이다. 더불어 그림도 그렸다. 그날 산에서 본 코스모스는 작은 한 송이였다. 그 한 송이가 내 마음속에서 여러 송이로 다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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