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엄마2
엄마가 돌아가신 지 육 개월 만에 엄마를 만나러 갔다. 엄마는 경상남도 양산 영축산 산자락에 있는 작은 암자 마당의 소나무 밑에 가루가 된 채 묻혀 있다. 영축산에 있는 월명암으로 가는 길은 고즈넉했다. 10월이라 그런지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군데군데 단풍도 곱게 물들어 있었다. 양지바른 산길을 산책하는 마음으로 느리게 걸으면서 길가에 알록달록 피어 있는 꽃들을 구경하다가 불현듯 한 생각이 떠올랐다. 돌아가신 엄마를 처음 만나러 가면서 꽃 한 송이 준비하지 않았다는 자각이었다.
굳이 변명하자면 오직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꽃 한 송이 준비하지 않고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아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꺾은 꽃이 순식간에 한 아름이 되었다. 하얀색, 노란색, 보라색 꽃이라 이름 부를 수밖에 없는 꽃들을 꺾어 만든 꽃다발은 꽃집에서 돈을 주고 산 것 못지않게 훌륭했다.
웬만한 남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여장부였던 엄마는 자식들에게는 너무 수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임기응변으로 만들어 간 꽃다발을 엄마 앞에 갖다 놓으면서도 나는 별로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살아서도 그랬듯이 죽어서도 나를 힐책할 줄 모르는 엄마는 자식에게는 그냥 바보였다. 그날 엄마에게 제대로 된 꽃을 올리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그린 이 꽃을 엄마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