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터키의 창문
TV에서 터키 영화를 보고 나서 블루로 표현하고 싶은 터키를 그리고 있는데 그리는 중간에 불현듯 커다란 창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그린 적이 없는 창문이 왜 캔버스 화면 속에 들어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눈에는 분명히 그것이 보였다, 그것도 선명하게. 그리지 않고 그냥 무시해버리기에는 창문의 느낌이 너무 강하고 매혹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창문을 그렸다. 생각지도 않은 창문을 그리고 나니, 블루로 표현하고 싶었던 터키는 창문 저 너머로 밀려나버리고 말았다.
창문 너머에 간신히 흔적으로 남은 터키와, 그 세계를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창문 중 어느 것이 이 그림의 주된 메시지일까? 나도 모르겠다. 단호하게 가로막고 있는 창문으로 인해 블루의 터키는 좀체 닿을 수 없는 동경의 세계로 남았지만 그래도 분명히 그곳에 있다. 그리고,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창문은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언제든 열어젖힐 수도 있는 것이다. 창문만 열어버리면 안과 밖은 서로 통한다.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이 된다. 아니, 애초에 안도 없었고 바깥도 없었던 하나의 세계만 남는다. 그러므로 창문 너머, 블루로 존재하는 터키와 함께 이 창이 바로 터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