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꿈에서 본 문을 그리다
꿈을 그리는 화가가 소설가인 나에게 꿈을 그리는 대신 적어보라고 했다.
어느 날 밤, 나무로 지은 근사한 집과 몇몇 사람들과 한 칸짜리 환한 방, 그리고 엄마가 그곳에 있었는데 그 모습을 뚜렷하게 본 것 같지는 않은 그런 꿈을 꾸었다. 나무로 지은 근사한 집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집을 부러워하며 모여 있었는데 나는 어쩐지 그 집이 기괴해 보여 서둘러 한 칸짜리 내 방으로 돌아왔다. 한 칸짜리 내 방은 무척 환하고 따뜻해 이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유일한 공간 같았다. 그 방 앞에서 엄마를, 아니 엄마의 목소리를 만난 것 같기도 하다. 잘 아는 친구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친구와 나는 똑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을 바꿔 돌아선 친구가 세상 누구보다도 친숙하고 따뜻하게 내 등을 두드리며 안부를 물었다.
꿈은 이처럼 앞뒤 맥락이 맞지 않다. 그날 밤 꿈도 그랬다. 나무로 지은 근사한 집과 엄마, 그리고 느닷없이 등장한 친구는 모두 짧은 내 꿈속에 한꺼번에 등장한 장면들이지만 서로 아무런 연관성도 없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문이다. 공허하기도 하고 어쩐지 슬프기도 한 마음의 느낌과 더불어 어떤 문의 이미지가 뚜렷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그림의 문은 그날 밤 꿈에서 본, 이야기로는 잘 엮어지지 않는, 그러나 선명하게 기억에는 남아 있는 이미지 중 하나이다. 어쩌면 꿈에서 본, 나무로 지어진 집의 창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