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달려라 수키
<달려라 수키>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린 그림이다. 소설을 쓰다가 그림을 그리게 되어서인지 처음에 그린 그림들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모티브를 시작으로 그리게 된 것들이 많다. <달려라 수키>도 마찬가지인데, 이 그림은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하게 되었을 때 쓴 당선 소감이 그 모티브다.
정확한 내용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달려가 도달해야 할 목표지점이 분명히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이 망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망연자실해진 상태에서 나는 문학을 떠올렸다. 문학 역시 또 다른 망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학이라는 새로운 망상의 나무를 심어놓고 다시 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착각인 줄 알면서도 뭔가를 향해 달리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등등의 이야기를 당선 소감으로 썼던 것 같다.
왜 달려야만 하는지, 왜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달리는 것이 박숙희라는 인간의 중요한 특성인 건 분명했다.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부터 줄곧 이런 내 특성을 강조한 자화상을 생각했다. 그러나 선뜻 그릴 마음은 없었다. 화가로서의 활동이 좀 더 무르익었을 때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릴 때마다 달리는 내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나를 재촉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달리는 숙희에 대한 오래된 마음, 그 마음을 끄집어내 이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경상북도 청송에 있는 객주문학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