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었다
울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 때문에 울었다.
산중에 홀로 살면서 오로지 자기 그림자를 친구삼아 지내는 젊은 남자 때문에 울었고, 모든 기억을 잃었음에도 어디서 배어나오는지 알 수 없는 슬픔은 끝내 떨치지 못해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어느 치매 노인 때문에 울었다. 평생 꼿꼿하게 살다가 언제부턴가 세상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이름 모를 여인 때문에 울었고, 코뚜레에 꿰인 소처럼 매일매일 일상에 끌려 나와야 하는 운명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임을 모르는 그가 아침마다 내쉬는 한숨 소리 때문에 울었다. 어쩌다 만끽하게 된 기쁨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찰나에 생과 사를 달리한 한 사람 때문에 울었다. 천박해질 걸 알면서도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기어이 천박한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나이 든 그녀 때문에 울었고, 아무리 해도 세상과 화해할 수 없는 그러나 죽을 수도 없는 한 남자 때문에 울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더러는 여행도 떠나보았지만 손에 붙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갈수록 목소리만 높아지는 그녀를 생각하며 울었고, 세상이 다 아는 악처를 무슨 이유에서인지 버리지 못하고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가는 그를 떠올리며 울었다. 평생 손에 물마를 날 없이 일을 하느라 일찌감치 허리가 굽어버린 한 사람의 거친 손을 보며 울었고, 트고 거친 손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선량하게 웃는 그 미소 때문에 한 번 더 울었다.
깊이 울었지만 눈물이 흐르지 않았으므로 내가 우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물은 가슴 속에서 비처럼 흘러내렸고 그것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