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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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 모른 체하기는, 사실은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짜 모르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자 김영민은 알면서 모른 척할 수 있는, 아니 알지만 모를 수 있는 지점과 만나기를 원했던 것일까?
살아 있으면서 죽어야 하고 죽은 속에서도 살아 있을 수 있는 경지는 어쩌면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경지일지도 모른다. 평생 그것 하나를 위해 자신을 다 바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자신을 온전히 다 바쳤는지 아닌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기 손가락을 스스로 잘라내고도 자신을 다 버리지 못한 누군가에게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는 건 아는 거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 숭산스님은 알면서 모른 체한 것일까, 아니면 알 때는 알고 모를 때는 그냥 모를 뿐인 그것이었을까?
이러나저러나 나는 김영민 교수에게 빚진 것이 많다. 세상에 내로라하는 석학들의 명저가 많지만 김영민 교수의 글만큼 애착을 가졌던 것은 없다. 특히 김영민 교수가 쓴 저서 중 <<봄날은 간다>>는 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읽어보는 책이다. <봄날은 간다>는 철학자 김영민이 붙들고 있는 화두 중에서도 가장 실한 화두라고 한다. 봄날이 가는 일을 빼고는 슬픔도 외로움도 지혜도 성숙도 체감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를 생각하며 이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