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다
박숙희 저
출판사 서평
AUTHOR INTRODUCTION

저자 박숙희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쾌활한 광기』 『키스를 찾아서』 『이기적인 유전자』 『사르트르는 세 명의 여자가 필요했다』 『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다』, 그림에세이 『너도 예술가』 등을 펴냈다.
2014년 첫 전시회 이후 지금까지 열 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BOOK INTRODUCTION

오늘 문득,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당신 곁에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역의 대합실에서 지하도에서 때로는 텔레비전의 뉴스거리로 만나는 노숙자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노숙자에 대한 편견을 뒤집어 버린다. 또한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익숙한 그들이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내밀한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판단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집에 가고 싶은 그들의 마음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작가는 “노숙자는 소위 말하는 마음이라는 것의 심한 역설이며 곤혹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노숙자는 마음의 어느 한 조각을 깨부수어 버림으로써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마음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차라리 깨어져버린 마음은 더 이상 깨어질 마음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편하고 자유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깨어진 마음은 자칫 온전히 보존되어야 할 어떤 마음조차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는 마음은 모르고 있을 때 도리어 온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섣불리 마음을 아는 체하는 것은 반칙이다. 그러나 마음을 아는 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 또한 반칙이 아닐 수 없다.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은 가고 싶지 않은 그들!
노숙자들의 내밀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소설 『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다』. 진정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은 집에 가고 싶지 않은 노숙자들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제1장에서는 주인공이며 화자인,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살아가는 노숙자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2장은 화자가 '범생이'라고 부르는 동료 노숙자 김형훈의 자서전으로, 그가 평생 동안 붙들고 씨름한 마음에 관한 기록이다. 제3장은 화자가 김형훈을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취조를 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자기 자신들에게도 버려진 노숙자들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묘사한다. 또한 그들의 모습을 통해 포장되지 않은 인간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말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Y기차역 부근에서 노숙을 하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는 비에 젖은 나무 벤치에 앉아 잔뜩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추워보였다. 그러나 마음속에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슬픔을 느낀 것은 도리어 나였다.
며칠이 지난 후 다시 그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 남자는 내가 처음 그를 목격한 그 장소에서 동료 노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었다. 선글라스를 낀 그는 지난번과는 달리 좀 우쭐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봄비와 노숙 생활을 하는 남자 그리고 선글라스 혹은 약간의 슬픔 같은 것들이 나로 하여금 이 소설을 쓰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일 년 전 어느 봄날과 비슷한 냄새가 묻어 있는 봄비가 내리고 있고, 나는 비가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며, 라디오에서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난 가수 김현식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또 봄이 지나가고 있다